딸바보 아빠, 구피바보 아빠 된 이야기
최태환 부장은 대가족의 가장입니다. 토끼 같은 아내와 두 딸 말고도 천마리가 넘는 물고기의 아빠이기 때문이죠.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했던 그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후 강아지를 기르다가 첫아이가 태어나면서 정들었던 강아지를 시골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수족관이 유난히 많은 동대문시장을 가족과 함께 구경하던 그는 충동구매를 하게됩니다.
“폭이 30cm 정도 되는 어항에서 금붕어 일곱마리로 시작했죠. 그런데 일주일도 안되서 전부 죽어버렸어요. 물고기를 처음 길렀던터라 기술도 없었고 제대로 케어를 못해준거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항이 하나하나 늘어 지금은 여덟개의 어항에서 천마리가 넘는 물고기를 키우는 그는 명실상부 물고기 마니아가 됐습니다. 그가 지금 기르고 있는 물고기는 알을 부화하지 않고 직접 새끼를 낳는 난태생에 속하는 ‘구피’라는 어종입니다. 체형과 색상도 각양각색, 그 중에서 그는 알비노풀레드, 풀레드, 하프블랙블루, 풀레드글라스밸리라는 네가지 종을 기르고 있습니다.
“물, 온도, 먹이 등 구피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잘 돌봐주면 한달에 보통 70마리까지 새끼를 낳고, 그 새끼도 3개월이면 다 자라서 또 새끼를 낳아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가 불어나죠.”
지난 6년 동안 탄탄하게 쌓은 노하우와 기술 덕에 이제는 물고기들이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잘 번식하고 있다며 그는 자랑합니다. 천마리가 넘는 구피, 손이 정말 많이 갈 것 같은데요. 적어도 하루에 1시간은 구피에게 정성을 쏟아야하는 수고에도 불구하고 구피를 기를 수 있어 행복합니다.
“구피가 헤엄치고 있는 모습만 봐도 귀엽고 흐뭇해요. 자꾸 늘어나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제 딸들도 아빠랑 같이 먹이도 주고, 불도 켜주고 예뻐해 주죠.”
지금의 구피를 기르기 전에는 다양한 종들이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머리에 혹이 난 금붕어인 오란다, 등지느러미가 없는 금붕어 난주, 아마존에 사는 메기인 레드테일캣피쉬, 탕가니카호에 사는 파란 줄무늬의 열대어 프론토사, 팔다리가 여러 개인 멕시코 도룡뇽인 우파루파, 상어처럼 생긴 열대어 징기스칸까지 종을 가리지 않고, 흥미롭고 새로운 종이 나왔다 하면, 바로 당장 키워봤다는 그는 애완 물고기계의 진정한 얼리어답터인 듯 합니다.
“어항에 여러 마리가 함께 살고 있으니까, 한두마리가 병이 나거나 죽으면 빨리 빼내서 나머지 물고기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그래서 항상 조짐을 잘 지켜보다가 적절하게 물을 갈아주고, 약을 쳐주고, 조치를 해주죠.”
핸드폰에는 구피 사진들이 가득하고, 퇴근 후에는 구피들이 잘 있나부터 체크한다는 그는 영락없는 ‘구피바보’ 아빠입니다. 그와 그의 가족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