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전략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라

[ 테마 Column 1 ]

불확실성의 시대, 전략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라
극심한 변화시대의 핵심역량

요즘 우리는 극심한 변화의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기업의 핵심역량은 특정 산업이나 환경에서, 성공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기업 고유의 능력이나 자원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면 핵심역량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합니다. 오히려 변화된 환경에서는 핵심역량이 변화의 발목을 잡는 실패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핵심경직성(core rigidity)이라고 합니다.

9 nokia GS칼텍스 기업소식, 매거진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휴대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 기업으로, 여러 비즈니스 스쿨에서 성공 사례로 다루어지던 노키아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요?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노키아는 환경 변화를 무시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처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핵심역량이던 플랫폼식 생산 방식과 글로벌 아웃소싱 시스템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오히려 노키아의 변신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혁신에는 내가 가진 역량을 더 발전시키는 혁신(competence-enhancing innovation)도 있지만, 내가 가진 강점을 해체하는 역량파괴적 혁신(competence-destroying innovation)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환경 변화가 급격할수록 역량파괴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땜질식, 임기응변식 대응은 변화가 큰 시기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리셋을 통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이죠.

태양의 서커스와 애플의 근본적 변화

불연속적인 변화가 일상이 되고 있는 때 일수록,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발상이 필요합니다. 즉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것인데요. 많은 기업들은 그 동안 선진 기업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모방과 효율성 높이기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 남과 다르게 경쟁하는 전략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략적 사고는 경쟁자와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전략의 본질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9 circus GS칼텍스 기업소식, 매거진

태양의 서커스(Cirque de Soleil)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연극, 뮤지컬, 영화 등에 밀려 쇠락하던 서커스 산업에서 그 형태를 근본적으로 혁신함으로써 연매출 1조원과 25%에 달하는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공연기업이 태양의 서커스입니다. 이 기업이 새로운 서커스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서커스 하면 떠오르는 몇몇 핵심요소들을 포기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서커스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찔한 공중그네와 같은 곡예와 사자, 코끼리 등의 동물 묘기가 생각나실 텐데요. 태양의 서커스에는 스타곡예사와 동물 묘기가 없습니다. 대신 서커스에 주제와 스토리를 가미하여 다양한 레퍼토리를 제공하고, 음악과 무용을 통해 예술성과 감동이 있는 서커스를 선보여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들의 성공은 리셋의 태도를 기반으로 한 근본적 변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서커스산업이 점점 쇠퇴하면서 스타곡예사의 수도 줄어들었고, 이들을 섭외하는데 큰 비용이 들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동물묘기의 경우, 숙련된 동물조련사와 동물 확보에 따른 비용뿐만 아니라, 동물을 학대한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압력과 비난에도 대응해야 했습니다. 기존 서커스단은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스타곡예사와 동물 조련사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악순환이었죠. 그러나 태양의 서커스는 다른 서커스들과는 달리 스타곡예사와 동물 묘기를 버림으로써, 서커스에 스토리와 예술성을 가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서커스를 선보임으로써 세계적인 공연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버려야 비로소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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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도 ‘버림의 미학’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경영자였습니다. 잡스는 1997년 도산 위기에 처한 애플의 구원투수로 돌아왔습니다. 복귀 후, 1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매킨토시 제품을 분석하며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는데요. 반복되는 고민 끝에 애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화이트보드로 걸어가 2×2 매트릭스를 그렸습니다. 한 쪽은 일반소비자와 전문가, 다른 쪽은 데스크톱과 휴대용기기로 구분하였습니다. 잡스는 직원들에게 각 사분면에 해당하는 제품을 하나씩만 선택하여 총 네 가지 제품에만 주력하고 나머지 제품은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직원들은 처음엔 회의적이었지만, 잡스는 이 결정을 밀어붙여 효율적인 경영으로 애플을 도산 위기로부터 구출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때 애플이 망했다면, 오늘날 아이폰이라는 제품이 탄생할 수 없었겠죠.

그러면 잡스의 혁신 전 매킨토시는 왜 제품의 가지 수가 비효율적으로 많아지게 되었을까요? 여러 경영자를 거치면서 애플이 점차 IBM PC에 밀리게 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 변화에 맞추어 제품 다양화를 추구했던 것이죠. 그러나 제품수만 다양해지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만 높아졌을 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실패하였던 것입니다. ‘제품을 다양화하면 소비자의 선택지가 많아져, 매출증대에 도움이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가 화를 키웠던 셈입니다. 소위 변화에 맞춘 ‘땜질식 처방’의 한계였던 것이죠.

기업 전략의 본질을 생각하다

9 unique GS칼텍스 기업소식, 매거진

흔히 기업간 경쟁을 전쟁과 비교하곤 합니다. 실제로 여러 기업들에서 경쟁의 의미가, 상대를 이겨야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것은 위험한 생각인데요. 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갈리며, 내가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를 무찔러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 간 경쟁은 달라야 합니다. 최고가 되기 위한 경쟁(competition to be best)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에서 경쟁의 본질은 고객에게 자신만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competition to be unique)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PC산업이 그 좋은 예인데요. 애플은 세계 PC시장에서 점유율이 5%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레노버, HP, 델, 에이서, 아수스 등 시장점유율 1위부터 5위 기업의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애플의 컴퓨터 부문 영업이익에 미치지 못합니다. 애플이 ‘남과 다르기 위한 경쟁’을 한 반면, 다른 PC업체들은 ‘최고가 되기 위한 경쟁’에 몰두한 결과입니다.

변화가 극심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요즘 시대에서 환경 변화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 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자를 모방하거나 앞서는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기업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본질로 돌아가 ‘경쟁자와 다르게 생각’하는 리셋의 자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