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1인 미디어]
직장인, 우리들의 새해 첫 출발을 응원하는 추천 영화 2선
어느덧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주는 상쾌함을 만끽하려는 분들도 있고, 시간이 너무 빨라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우리는 여느 해처럼 새로운 다이어리를 장만하고 독서, 다이어트, 금연 등 야심 찬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도 할 것이고요. 어떤 계획이든 여러분의 새해 다짐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영화 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VS <행복한 사전>
여기, 같은 듯 다른 두 개의 영화가 있습니다. 하나는 저 멀리 미국 할리우드에서 건너온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만든 <행복한 사전>입니다. 이 두 작품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고,
둘째는 어리숙한 남성 직장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미숙하기 그지없는 두 사람은 모두 시대에 뒤처졌다고 평가받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두 영화가 여러분께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먼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특별한 경험 대신 홀로 상상에 잠기는 일이 취미인 평범한 주인공 ‘월터 미티’의 삶과 모험을 그린 영화입니다. 제목부터 무언가 마음에 와 닿지 않나요? 개봉 당시에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원작인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은 무려 1939년도에 처음 출간된 소설인데요. 영화는 원작의 캐릭터 설정을 바탕으로 폐간을 앞둔 잡지사 ‘라이프(LIFE)’를 배경 삼아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잡지사에서 필름 사진 업무를 맡은 주인공 월터. 이런 월터에게 16년 동안 함께 일해온 유명 사진작가가 특히 부탁한 폐간호의 표지사진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사진의 행방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그린란드에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정보를 입수한 월터는 표지사진의 담당자인 자신이 책임지고 그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해본 것도, 가본 곳도 없이 그저 매일 상상의 세계 속에 빠져 살던 월터에게는 그야말로 운명적인 사건이 찾아온 것이죠. 다행히 사랑하는 이의 도움을 받은 월터는 용기를 내어 더 넓은 세계로 힘찬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영화 속에서 발견하는 우리의 모습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그리고 숀 펜 등 언제나 제 몫을 다하는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깨알 같은 재미와 따뜻한 위안을 동시에 전하는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요. 나른한 출근길, 넋을 놓고 있다가 차를 놓쳐 지각으로 상사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프로필에 ‘좋아요’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는 월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꼭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늘 상상만 하던 주인공 월터가 모험을 떠나며, 스크린에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의 너른 풍경이 펼쳐지면 영화를 보다가도 다음날 휴가를 써서 당장에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들기도 하죠.
행복한 사전 (The Great Passage, 2014)
다음 영화는 <행복한 사전>입니다. 제목 그대로 사전을 만드는 사전 편집부의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성실’이라는 의미를 가진 주인공 ‘마지메’는 매사에 성실하고 진지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캐릭터입니다. 월터처럼 마지메도 넋을 놓고 지내는 게 습관이죠.
그런데 하필이면 출판사 영업부에 취직해 상사에게 늘 꾸중을 듣고 동료들의 놀림거리가 됩니다. 하늘의 뜻인지 마지메는 마침 사람이 필요했던 사전 편집부로 이동하게 됩니다. 덩굴이 높게 올라간 구식건물에서 ‘창고’에 지내는 사람들 같은 푸대접을 받는 부서임에도, 마지메는 사전편집이 자신의 천직임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완성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할 수 없는 ‘대도해(大度海)’라는 이름의 사전편찬 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다
일본의 유명작가 미우라 시온의 원작소설의 제목이자 영화의 일본어 원제인 ‘배를 엮다’와 영어 제목 ‘위대한 항로(The Great Passage)’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 이 영화는 바다의 이미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에 바다의 모습이 여러 번 등장하기도 하고, 인물들의 대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언어의 바다에서 사전에 올릴 단어를 하나하나 길어 올리는 어부의 마음을 영화 속에 담아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 더 확장해보면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겠죠.
한 권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의 손길이 거쳐가는지 보여주면서 영화는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합니다.
일본영화계의 샛별 이시이 유야 감독의 차분한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행복한 사전>은 매해 열리는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 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거머쥔 작품입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 배우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오다기리 죠를 비롯해 마츠다 류헤이, 미야자키 아오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케와키 치즈루, <심야식당>의 마스터 코바야시 카오루, <밀정>에도 출연한 바 있는 츠루미 신고 등 출연진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함에 소소한 로맨스와 유머가 곁들여진 영화여서 누구와 함께 봐도 부담이 없습니다.
지금 그리고 여기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모두 시간과 인생을 중요한 메시지로 삼았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 월터는 매일매일 ‘타임(Time)&라이프’ 빌딩으로 출근해 16년 동안 자신의 자리를 변함없이 지킨 덕분에 함께 일한 사진작가로부터 신뢰를 얻고, 선물을 받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사진작가의 대사를 빌려 지금,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정수’라고 말하죠.
<행복한 사전>에선 마지메와 사전 편집부의 팀원들이 15년에 걸친 기나긴 사전 편찬 작업 끝에 그 어려운 일을 해냅니다. 디지털의 시대에도 종이사전 편찬을 준비하면서 동시대의 새로운 언어를 담고자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을 그려내는데요. 우리는 누가 보거나 관심 두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열심히 일해온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반드시 우리의 의미 있는 발자국이 되는 것이죠.
우리들의 상상은 행복한 현실이 된다
우리들의 새해 일상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조금씩 새로운 마음으로 마주한다면 우리들의 상상은 언젠가 행복한 현실로 찾아올 것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수없이 좌절하더라도, 언제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주변 분들과 함께 따뜻한 영화 보시면서 추위를 견디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