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광벤드 – 배관을 이어 세계로 뻗어나가다
부산 녹산공단에 위치한 32,000평에 달하는 (주)성광벤드 본사. 야적장 한켠에는 원자재인 파이프와 철판이 가득 쌓여있고, 다른 한켠에는 출하를 기다리는 완제품들이 포장되어 선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쉴틈없이 돌아가는 공장에서 활기와 에너지가 느껴지네요. 배관과 배관을 이어주는 관이음쇠의 기술력과 품질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주)성광벤드를 만나봤습니다.
파이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여수공장. 끝도 없이 이어지는 파이프를 통해 원유가 투입되고 다양한 석유제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러한 파이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오늘의 주인공. 1963년 수도부품을 생산하던 성광벤드공업사를 모태로 설립된 ‘㈜성광벤드’ 입니다
창업자인 안갑원 회장이 폐선에서 우연히 피팅을 보고 기술개발에 착수, 1973년 발명특허를 획득하면서 본격적인 피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석유화학, 종합건설, 원자력발전소, 조선 및 해양플랜트 분야 등 파이프가 들어가는 곳에는 예외 없이 피팅이 필요한데요.
형태에 따라 분류하면, 파이프의 방향을 바꿔주는 Elbow, 파이프의 크기를 줄여주는 Reducer, 파이프를 분기하는 Tee, 파이프의 끝부분을 막아주는 Cap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피팅은 용도에 따라 원자재의 재질이 달라지는데 크게 탄소강, 스테인리스강, 합금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성광벤드가 생산하는 피팅 종류는 무려 3만 5천가지. 지난 반세기 피팅이라는 한 우물만 파면서, 단일품목으로 국내 1위뿐 아니라 세계 1위의 자리를 꿰찼습니다. 어떠한 경쟁력이 이들을 이토록 강하게 만들었을까요?
열악한 원자재 사정을 딛고 피팅의 세계 최강자로 성장하다
“한국은 원자재 산업이 뒤떨어져 있어요. 저희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죠. 고객사의 요구사항은 많은데, 소재 자체를 마음대로 구할 수가 있어야지요. 이것을 커버 하려다 보니 기술력이 쌓이더라고요. 과거에는 세계적으로 이탈리아를 피팅으로 알아줬어요. 원자재 사정이 안 좋은 한국에서, 이탈리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기술력밖에 없었죠.”
박재영 전무는 한국의 열악한 원자재 사정이 오히려 다양한 제작공법 개발의 동인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A라는 소재가 없으면 B라는 소재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도를 찾고, B라는 소재가 없으면 C라는 소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동일한 제품이라도 타사에 비해 2~3배 정도 많은 제작공법을 보유하게 되었고, 덕분에 현장의 긴급한 아이템도 신속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주)성광벤드는 피팅을 제작하는 기계와 금형 자체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부서를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타사와 가장 차별되는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또한 축적해온 기술력과 노하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신기술개발에 투자합니다.
“조선사가 과거에는 일반적인 선박을 만들었다면, 현재는 석유를 시추하는 특수선박인 FPSO를 건조합니다. 저희도 이에 따라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착수해야 하죠. 성광은 1년 365일 24시간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금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박영기 부장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존 제작공법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최고의 기술력, 최대의 생산능력, 최단의 납기는 지난 50년간 ㈜성광벤드가 고객과 맺은 신뢰의 바탕이 됐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50여 개국에 수출 판로를 확대하며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어려운 시기에 공장장 직책을 맡았습니다. 마침 대만의 한 정유사에서 한국에서 만들어본 적도 없는 굉장히 특별한 제품을 아주 짧은 납기로 요청을 해왔어요. 이탈리아의 업체들도 전부 포기할 정도였죠. 저희로서는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하루에 12시간 일하면 불가능하지만 24시간 일하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더군요. 24시간 전 직원이 매달려 성공적으로 제작해서 납기를 맞췄습니다. 그 후 입 소문을 타더니 일본, 미국, 유럽에서 오더가 밀려오기 시작했죠.” 덕분에 한 명의 인력도 조정 없이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겼고, 위기가 오히려 회사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라며 박재영 전무는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인재경영을 통해 도약을 꿈꾸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성광벤드가 피팅 업계에서 이룬 모든 역사는 성광인의 손으로 일구어낸 값진 성과입니다. 230명에 달하는 현장 인력은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근속하고 있는 고도로 숙련된 기능 공입니다. 이들은 아무리 도전적인 제품이라도 제때에 척척 만들어내는 마이다스의 손을 가졌습니다. 피팅은 사람의 손이 많이 들어가고 자동화에 한계가 있는 품목으로,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여섯 명의 손을 거칩니다. 하지만 이를 두 명의 작업자가 제작할 수 있도록 제작공법을 개선하는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그 동안 작업자들이 직접 힘들게 작업했던 분야를 기계로 대체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가족처럼 챙기는 ㈜성광벤드의 경영철학이 묻어납니다. 안갑원 회장은 크고 작은 이벤트를 만들어 깜짝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직원들을 살뜰히 챙기는 기업인으로 유명합니다. 2012년 3,500억 매출 달성, 2013년 2억불 수출의 탑 수상에 도전하며 사업의 결실을 맺고 있는 ㈜성광벤드의 뒤에는 합심하여 저력을 발휘하는 직원들의 땀방울이 숨어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고객사가 요구하는 어떠한 피팅이라도 최고 품질, 최단 납기로 공급하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에는 피팅의 원자재 중에서도 특히 수급이 어려운 대형 사이즈의 심리스강관(Seamless Pipe)을 자체 제작하기 위해 일본 기업과 합작으로 부산 녹산공단에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GS칼텍스와 1980년 호남정유 시절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성광벤드, 세계 일류기업의 자리를 굳건히 다져 한 단계 도약할 앞으로의 50년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