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으로 보는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한 문단으로 알아보는 이상엽 교수의 플라스틱 이야기

인류가 지난 수십 년간 만들어낸 플라스틱은 약 83억 톤이지만 이제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9%만이 재활용되었죠. 최근 폐플라스틱이 일으키는 다양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 세계가 다양한 규제를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단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통해 지금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생산-소비-폐기’라는 선형경제적 플라스틱 라이프사이클에서 ‘생산-소비-회수-재활용’라는 순환경제적 사이클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즉, 플라스틱 순환경제는 재활용만을 강조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기업은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부터 소비자는 자연에서 잘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 폐플라스틱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것까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죠.

*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이미지로 보시면 이해가 더 빠릅니다.

현대사회에서 플라스틱 없이 사는 세상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은 가볍고 물성이 뛰어나며 가공이 용이하고 썩지 않으며 값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페트병부터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강철보다 강한 엔지니어링플라스틱까지 다양한 종류로 활용됩니다. 석기시대, 철기시대와 빗대어 우리는 현재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플라스틱은 현대 문명에서 중요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인 썩지 않는다는 특성은 폐플라스틱이 오랜 기간 자연계에서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게 합니다. 또한 값이 싸다는 장점은 폐기된 플라스틱들을 회수하고자 하는 노력을 감소시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 축적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올 한 해만 약 3억5천만 톤 정도의 플라스틱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인류가 지난 수십 년간 만들어낸 플라스틱은 약 83억 톤 정도로 추산됩니다.

 

9%의 플라스틱만이 재활용된다

이제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9%만이 재활용되었고, 12%가 태워졌으며, 79%는 모두 땅속에 폐기물로 묻었거나 버려졌습니다. 이 통계는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 후 얼마나 함부로 폐기했는지 보여줍니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이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들은 단순히 미관상 좋지 않다 정도로 끝날 수준이 아닙니다. 사람을 포함한 육상 생명체들에게 위협요인이 되고,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 들어간 뒤 해양 생물들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폐플라스틱들이 햇빛과 마모에 의해 서서히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만들어집니다. 공업용 연마제나 치약 및 세안제 등에 포함되기도 한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 내로 우리도 모르게 몸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개인별로 일주일 평균 신용카드 하나 정도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최근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건강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퇴출을 위한 움직임

엄청난 양의 폐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이 점차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포장재 및 용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규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럽공동체의 경우 작년 12월 20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였으며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일부 젖은 식품에 대한 사용 이외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gs칼텍스, gs칼텍스사보, 순환경제, 플라스틱, 재활용그간 엄청난 양의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이 사용되고 폐기된 것은 그 편리성에 중독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생활패턴을 바꾸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사용되고 폐기되는 플라스틱은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의료계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제품들은 감염 및 오염문제 예방을 위하여 지속 사용될 예정이지만 철저한 소각 등을 통해 올바른 절차에 따라 폐기되어야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현실적으로 회수가 불가능하므로 기존 석유화학 유래 플라스틱 사용 대신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 : polyhydoxyalkanoate, 이하 PHA)와 같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PHA는 천연 폴리에스터라는 고분자입니다. 자연계에 포도당과 같이 탄소원은 풍부하고 질소나 인과 같이 필수 성장인자가 부족한 조건에서 미생물은 소중한 탄소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탄소원을 고분자로 바꿔 보관합니다.

세포 내 축적했던 고분자를 분해하여 성장에 사용하게 되어 100% 생분해성을 가지고 있죠. 대사공학을 통해 다양한 *단량체들이 생성되게 하고 그들을 PHA합성효소로 중합하면 다양한 물성의 *공중합체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업용 *멀칭필름을 PHA로 만들면 식물이 자라면서 그에 맞추어 생분해되므로 필름을 회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일부 응용분야의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기존에 야기되었던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비용 문제로 상용화가 힘들었던 PHA, 폴리 유산계 공중합체, 지방족 폴리에스터 그리고 전분 유래 플라스틱 등 다양한 생분해성 플라스틱들이 각각의 물성에 맞는 응용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단량체 : 고분자화합물 또는 화합체를 구성하는 단위가 되는 분자량이 작은 물질

*공중합체 : 합성 수지를 만드는 데 종류가 다른 단량체를 종합시킴으로써 특징있는 성질을 갖게하는 것.

*멀칭필름 : 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비닐 

*폴리 유산 : 주로 용기나 컵으로 사용되며, 바이오매스로 만들어지는 생분해 플라스틱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시작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자연계에서 분해되는 것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회수와 재활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까지의 플라스틱 라이프사이클을 보면 ‘생산-소비-폐기’의 선형경제였고, 그 때문에 폐플라스틱 문제가 커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생산-소비-회수-재활용’의 순환경제로 바뀌어야만 합니다.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인 아디다스는 회수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여 올 한 해만 1,100만 켤레의 운동화를 만들었습니다. 스페인의 축구 명가 레알 마드리드는 바다에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회수하여 팀 응원복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많은 석유화학 제품들이 그러하듯이 화학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앞으로는 재활용이 점점 필수화되면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것이므로 기존 규모의 경제를 탈피한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루프(Loop)와 같이 용기와 포장재를 지속 회수하여 내용물만을 바꾸어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확대되면 전 세계 플라스틱 총 수요량도 줄어들 것입니다.

즉, 기존에는 생산만을 담당했던 석유화학 기업들이 앞으로 회수 및 재활용을 염두에 둔 생산 및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속가능한 바이오화학 산업으로

기존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고분자 원료들을 포함한 화학 물질들이 점차 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친환경 지속가능 바이오기술을 통해 생산될 것입니다. 비식용 바이오매스로부터 유래한 포도당이나 설탕 등은 미생물의 먹이가 됩니다. 이를 섭취한 미생물이 대사활동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화학물질들을 생산하는 과정 속에 대사공학은 생산효율과 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물론 바이오기술로 생산된 단량체들을 중합하여 만들어진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은 반드시 생분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석유화학 산업에 의해 생산된 플라스틱과 같지만 원료로 화석원료 대신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가 사용된 것이 주목할만한 특징입니다.

플라스틱이 처음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함부로 플라스틱을 쓰고 버려왔습니다. 이제는 순환경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생산단계에서는 친환경 원료와 소재로 전환하는 것, 소비단계에서는 친환경 제품 사용을 생활화하는 것, 그리고 되도록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회수하고 재활용한다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심각한 폐플라스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바이오화학 산업으로의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입니다.


GS칼텍스와 플라스틱 순환경제, 이것만 기억하자!

  • 플라스틱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산, 소비, 회수, 재활용 각각의 단계가 모두 중요하다.
  • 기존 생산만을 담당했던 석유화학기업들은 앞으로 회수 및 재활용을 염두한 생산 및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크다.
  • 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한 바이오화학 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 GS칼텍스의 바이오화학 사업, 2,3-BDO>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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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교수 |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KAIST 연구원장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화학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난 25여 년간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후학들을 가르쳐왔습니다. 630여 편의 학술논문을 게재하였고 680여 건의 특허를 출원 등록 중입니다. 호암상,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마빈존슨상, 에니상 등 다수를 수상하였고, 미국국립학술원과 미국공학한림원에 동시에 외국회원으로 선임된 전세계 13인 중 한 명입니다. 현재 KAIST 특훈교수로서 KAIST 연구원장, 세계경제포럼 바이오텍 글로벌 퓨처 카운슬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