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에게서 배우는 피드백의 지혜

[테마스토리텔링 ]

한비자에게서 배우는 피드백의 지혜

한비자와 피드백이 대체 무슨 관계?

제가 한비자(기원전 약 280∼233년)를 연구한 지도 어언 5년이 되어갑니다. 법가(法家) 사상가 한비자는 신상필벌을 강조한 다소 살벌한 정치 사상가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이렇게만 본다면 이는 한비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nov storytelling 01 11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한비자야말로 리더(군주)의 피드백, 그것도 전략적인 피드백을 강조한 사상가입니다. 절대군주, 독재와 어울릴 법한 한비자가 피드백이라니, 쉽게 이해가 안 가시죠? 한비자가 군주의 피드백을 강조한 그 대목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리더의 3등급

제가 자문을 맡고 있는 A사 대표이사는 “하루 종일 너무 바쁘네요. 저 같은 직원 한 명만 더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라고 하소연합니다. 조직에서 리더만큼 능력이나 열정이 뛰어난 사람이 또 있을까요? 리더가 볼 때 조직원들은 능력이나 열정 면에서 언제나 아쉬움이 남게 마련입니다.

nov storytelling 02 11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즉, 본인 혼자 최선을 다하는 리더는 하급일 뿐이며, 정말 상급의 리더는 조직원들의 지혜를 다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말이야 쉽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 조직원들의 지혜를 다하게 할 수 있을까요?

전략적 경청의 중요성

한비자는 군주에게 신하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독특한 경청의 자세를 권하는데, ‘술에 취한 듯’ 들으라고 합니다.

nov storytelling 03 11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우리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될까요? ‘음, 그래… 그래…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왜 한비자는 이렇게 신하의 이야기를 술에 취한 듯 들으라고 할까요? 그 이유는 신하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신하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군주가 신하의 이야기를 잘라 버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면, 신하는 곧바로 군주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알아차리므로 그 후에는 군주 뜻대로 발언할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군주로서는 신하의 진심을 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신하의 지혜를 활용할 수도 없게 됩니다.

nov storytelling 04 11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군주는 신하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에야 신하의 뜻을 물어 정책을 시행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정책의 결과가 신하의 보고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만약 신하의 이야기를 중간에 잘라 버리고 군주가 자신의 뜻을 밀어붙여 정책이 입안되었다면, 그 정책은 군주에 의해 만들어진 정책이므로 그 실패에 대해서는 신하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되어 신하의 책임을 묻기도, 신하의 지혜를 활용하기도 힘들어지게 됩니다.

결국, 한비자가 군주에게 신하의 말을 경청하라고 한 데에는 신하의 지혜를 활용하라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리더의 피드백은 말을 되돌려주는 것

조직원의 말을 경청한 후에 리더가 할 일은 그에 따른 피드백인데, 한비자는 이를 두고 ‘말을 돌려준다’는 표현을 씁니다.

“군주는 신하의 말에 귀를 기울인 후, 다시 되돌려주어야 한다.
군주는 신하의 말을 깊이 생각하여 그 정도를 정하고 내용을 구분해야 한다.
즉, 신하의 말에 맞는 관직을 주고 그에 따르는 책임으로 말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 한비자 양권편 –

리더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제대로 된 피드백을 통해 직원들을 긴장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일’입니다. 한비자가 제시하는 군주의 피드백 과정을 분석해 보면 다음 4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nov storytelling 05 11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말 되돌려주기야말로 진짜 지시입니다. 말 되돌려주기가 제대로 될 때 지시도 통합니다. 무엇을 지시해도 피드백이 없다면 직원들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의견은 세밀하게 들어야 합니다. 말을 제대로 되돌려주기 위해서, 직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견을 세밀하게 듣고 기억해야 합니다.

전략적 경청과 피드백은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대리, 과장일 때는 그 능력을 인정받다가도 팀장급이 되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리, 과장은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만 팀장급이 되면 팀원들의 능력을 아울러서 더 큰 일을 해내야 하는데, 거기서 역량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리더 혼자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리더는 조직원들의 능력을 결집시켜야 하는데 강압적으로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한 듯 마음을 열고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이야기 속에서 조직원들의 진의(眞意)를 파악한 후 그에 따른 피드백을 건네주고 그 결과를 냉엄하게 지켜본다면, 조직은 건강한 긴장감이 감돌 것이고, 리더는 일에 허덕이기보다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결정 피드백과 실행 피드백

리더가 독단적으로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 속에서 핵심을 찾아내어 이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피드백을 통한 지시를 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nov storytelling 06 11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리더로부터 피드백이 주어진 경우 조직원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행동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어차피 실행은 조직원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막상 실행을 하다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이 옳지 않음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견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확인하고 보고할 경우 리더는 새로운 데이터를 얻게 되는 것이며, 이를 감안해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결국, 피드백을 받으면 ‘아 그렇구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꾀하는 적극적인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죠.

리더의 결정 피드백이 씨줄이 되고 조직원의 실행 피드백이 날줄이 될 때 조직의 힘은 촘촘해져서 쉽게 찢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올바른 피드백과 이에 맞는 실행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