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마 Interview ]
불가능에 도전하여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라
박남규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 박사 및 미국 뉴욕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 뉴욕주립대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모토로라, 비자 인터내셔널 기술전략 자문역 등을 맡기도 했습니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 교수 및 창의성연구소장으로 활발한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전략적 사고』, 『화이트칼라 이노베이션 전략』등 다수가 있습니다.
극심한 경쟁의 시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대표적으로 잘못된 표현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기업들이 한국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을 이겼다는 표현입니다.
두 가지 표현이 매우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은 한·중·일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들의 숫자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겨우 60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한국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는 중국은 이미 1,4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일본은 아직도 230개 이상의 세계 1등 품목들을 보유하고 있으니 해당 통계지표만 보면 한국은 아직도 일본을 추격해야 하고, 중국은 이미 따라잡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죠.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기업들이 세계 시장 1위를 뺏기고 있는 속도가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 건설, 중공업 산업들을 살펴보면 2015년 한 해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제가 인터뷰를 진행한 50여 개 기업들 중에서 경영자들이 2014년보다 2015년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한 곳은 불과 10개를 넘지 않았습니다. 1960년부터 지난 50년간 빠르게 성장해 온 한국 경제에 유례없는 심각한 도전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본질, 가치 극대화
이처럼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경제시스템을 구성하는 개별 주체들은 각각 자신들이 맡은 본질에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요?
1970~80년대 대학에서는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기업의 본질을 이렇게 알고 있는 경영자들은 매년 비용절감 혹은 매출증대라는 경영목표를 수립하고,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조직관리에 혼신의 노력을 다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업을 경영하면 과거에 하던 일을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대학에서는 기업의 본질은 소비자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삶을 창조(New Life Creation)하고,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Value Creation)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과거 대비 소비자의 생활방식을 얼마나 다르게 변화시켰고, 이를 통해서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된 것이죠.
미래목표, 초일류기업이 되자
https://youtube.com/watch?v=zvKQEri4n8k
기업이란 사회로부터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들어와 그 기업만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 만들어낸 결과물을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활동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가 일류기업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현격한 차이를 내는 기업을 초일류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기업들의 경우 기술적으로 일본을 능가하고,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을 뛰어넘으려면 초일류기업이 되지 않고서는 미래를 보장하기가 힘듭니다. 기업 경영자의 관점에서는 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초일류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의 설정, 그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미래지속가능성(future sustainability)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첫 시작, 목표의 재설정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한 일은 목표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을 떨쳐버려야만 변화를 위해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경쟁사 대비 초격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찾아봐야 합니다. 이후 목표가 설정됐으면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프로세스나 방법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보자는 겁니다. 이렇게 프로세스가 달라지면, 그것에 가장 적합한 투입물(input)의 내용 혹은 방식 등이 전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경쟁사 대비 가장 먼저, 가장 열심히, 가장 빠르게 해나갈 때 이것이 장기적으로 축적되면서 초일류기업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의 대다수 기업들은 관리지향적 사고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특정기간에 달성해야 할 매출액과 같은 재무적 목표를 부여하고, 해당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주기적 회의를 통해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목표로 설정했던 성과달성률이 떨어지면 흔히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실적을 보고하는 주기를 더욱 단축하거나, 혹은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로 들어갑니다. 뿐만 아니라 이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거나, 혹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지라도 단기적으로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수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쟁기업들이 쉽게 추종할 수 없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창조지향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는 남들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목표들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과 프로세스를 창조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긍정적 자세를 말합니다. 지금 현재 우리가 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야만이 조직의 모든 면이 바뀔 수 있습니다. 즉 혁신을 시작하는 제일 첫 출발점으로 목표 설정을 바꿔야합니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기본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공정을 관리하는데 있어 우리가 쉽게 설정하는 목표로 ‘올해 사고률 0% 혹은 운전정지시간 0시간’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사고율 0%, 혹은 운전정지시간 0시간’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올해 무사고라는 관점에서 하루하루를 관리할 때와 10년 무사고라는 관점에서 모든 것을 혁신할 때는 일하는 태도와 방식이 현저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 문제가 있지만, 잠깐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당장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로 10년까지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개선하게 됩니다.
GS칼텍스 본사 사무실에서 청계산 등산을 가겠다고 마음 먹으면 운동화만 갈아 신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해발 8천 미터가 넘는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겠다고 하면 사전에 기초체력을 키우고, 등산장비를 구비하고, 철저한 등반계획을 세울 겁니다. 이 두 경우의 차이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미래에 지향하는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굉장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애초에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야만 비로소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두의 참여로 기업경영 전반의 불가능에 도전하라
https://youtube.com/watch?v=_kpHiRSb4iE
우리기업이 불가능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각자가 하고 있는 업무를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일례로 사무실 청소를 생각해봅시다. ’24시간 내내 화장실을 완벽한 상태로 관리한다’라는 목표는 자칫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화장실을 우리가 생활하는 방 정도로 깨끗하게 유지한다면 사람들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을까요? 미국의 한 기업이 실제로 화장실 바닥에 최고급 카펫을 깔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화장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굉장히 긴장하더라는 것이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여기저기 물을 튀길 수 없더라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대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도전하며, 초일류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기술개발, 제품 디자인, 마케팅, 생산기술, 조직관리, 인재 채용 및 양성 등 기업경영의 모든 방면에 적용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관행의 답습이 불가능 도전의 최대 걸림돌
https://youtube.com/watch?v=kKJQP481wvg
하지만 많은 한국기업은 거의 모든 업무를 별다른 고민 없이 과거 방식대로 반복하는 관행과 과거의 관례를 안이하게 답습하곤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기업이 초일류기업으로 발전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이러한 조직은 변화하기 힘든 조직이 되어 시장에서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영환경이나 시장여건 등 외부적인 요인에 탓을 돌리거나, 우리가 속해있는 업종의 독특한 특성을 원인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초일류기업 3.0을 추구하자
https://youtube.com/watch?v=R9gGVvNUCBo
1970년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기업이 제품을 찍어내는 족족 팔렸던 시대의 ‘1.0 기업’은 누가 더 자원을 많이 가져서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할 지가 중요했습니다. 이후 1980년 중반부터 20여 년간은 시장 내부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러한 경쟁에서 이겨야만 시장에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2.0 기업’에게는 기술과 같은 지식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었습니다. 향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목표는 ‘3.0 기업’의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의 상태에서 3.0이 되기 위해서는 크게 6가지 기준에서 노력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단기성과 지향적인 사고를 장기적인 경쟁력 관점으로 바꿔야 합니다. 더 이상 매출액,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인 관점이 아닌 경쟁사 대비 우리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과 생산성 관점으로 목표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문성을 발휘하고 창의적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위계구조를 단순하고 수평적인 조직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한국기업에서는 연공서열과 관계가 인사관리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외국기업은 인사관리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능력입니다. 우리는 상명하달의 의사결정에 익숙하지만, 3.0기업으로 나아가려면 하의상달과 상명하달간의 균형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한국기업에서는 내가 어떠한 의견을 제시하면 다른 사람이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로 인해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가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사결정이 철저한 사실에 기반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철저한 데이터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16세기부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한 서구의 세계진출은 이후 스페인, 프랑스 및 영국으로 이어져 개척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세상의 끝은 낭떠러지로 곧 죽음을 의미했던 천동설이 개척의 실천적인 노력인 지동설로 발전하게 된 것은 결국 새로움에 대한 도전정신이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새로운 세계를 찾아나선 몇몇 개척자를 의미하는 ‘기업가정신’은 오늘날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뿐만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에게도 중요한 정신적 무장이며, 더 나아가 새로운 사업, 새로운 공부, 새로운 도전 등 기존에 행하지 못했던 새로움에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아니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본 자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기업가정신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여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