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라

[인사이트컬럼]

기업,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라

오늘날 경영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산업 간 경계가 와해되면서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신생 기업들이 등장하여 대기업을 위협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합니다. 따라서 ‘혁신’은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단어로 부상하였습니다.

Theme insight 01 2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의 원동력

흔히 창의적 발상이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소프트웨어 기술로 무장한 정보기술(IT) 기업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무섭게 성장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하여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창의적 발상은 산업과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에게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기술 융합과 트렌드 변화, 불안정한 경제 상황 등 각종 변수가 등장하면서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던 기업들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현재 유수의 IT기업은 물론 기존 제조기업들도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근본적인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는 GM과 포드 같은 기업들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들 기업보다 뛰어난 제품과 경영전략으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런 도요타의 성공에 놀란 많은 기업들과 학자들이 앞다투어 도요타의 성공비결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Theme insight 02 2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도요타의 독특한 경영원칙 중 하나가 바로 카이젠(Kaizen), 우리말로 개선입니다. 카이젠이란 현장 직원들이 제조공정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생산성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제안하도록 독려하는 문화를 말합니다.

대부분 기업의 직원들이 위에서 내려오는 일방적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근무한다면, 도요타는 직원들의 작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경쟁력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직원의 창의적 발상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독특한 문화는 도요타가 세계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린스타트업, 떠오르는 창의적 발상 전략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이 가장 주목하는 전략이 바로 린스타트업(Lean Startup)입니다.

Theme insight 03 2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린스타트업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꼭 필요한 최소기능을 갖춘 제품(Most Viable Product)을 신속하게 만들어 잠재 고객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측정합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고쳐 비즈니스를 추진하거나 혹은 비즈니스의 방향을 과감히 전환(Pivot)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은 실패의 부담을 낮추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대기업들도 린스타트업을 사내에 적용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엔지니어링이나 식스시그마 등 고전 경영전략의 대표 사례였던 GE는 린스타트업을 가장 열성적으로 받아들이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또한 코카콜라, 구글 등도 린스타트업을 사내에 전파하여 창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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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는 2012년 린스타트업과 구조 및 추진방식이 유사하지만 GE의 조직구성 및 특성에 맞게 수정한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거대하고 느린 GE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CEO 제프 이멜트 등 경영진은 강력한 후원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패스트웍스를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제기되면 이를 패스트웍스로 실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10명 내외의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팀을 구성하며, 필요에 따라 실제 고객도 참여시킵니다. 이들은 제안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여기에 맞게 최소기능을 갖춘 시제품을 만듭니다. 시제품은 주요고객 및 직원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치밀한 검증과 피드백을 받게 되고, 이를 통해 문제점을 고치거나 혹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추진방향을 전환하게 됩니다.

현재 패스트웍스는 15개 이상의 사업부 내 500여 개 이상의 신규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패스트웍스는 신제품개발 사이클을 30퍼센트 이상 단축하고 고객대응 속도를 4배 이상 개선하는 등 GE를 이전보다 훨씬 기민한 조직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Theme insight 05 2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1. 작게 시작하라

린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신속성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현장에서 빨리 검증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신속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인원과 자원을 바탕으로 작게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적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비즈니스가 정상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 규모와 수익을 늘리기 위하여 많은 투자 및 체계적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잠재력조차 확신할 수 없는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성공적인 시장진입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과 신속한 실행이 가능한 작은 조직이 유리합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작게 시작하는 것이 혁신창출에 유리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팀을 구성하는 인원은 피자 두 판을 먹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소위 ‘피자 두 판의 법칙’을 설명했습니다. 구성원들이 적을수록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고 맡은 역할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뛰어난 창의적 발상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2.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교류하라

R&D, 인사, 상품기획, 마케팅 등 기업 내 각 기능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도처에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문서나 구두 커뮤니케이션에 그칠 뿐 정작 실행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행으로 이어가는 과정에는 여러 난관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이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접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다면 아이디어의 제안과 검증, 그리고 실행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토이스토리 등 여러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Pixar)는 모든 직원들이 모여 미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독특한 회의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직급과 부서에 관계없이 직원들이 작품을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이들의 창의적인 의견은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3.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개선하라.

초기 아이디어는 대부분 추상적이고 모호합니다. 따라서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거쳐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혁신활동입니다. 그러므로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실물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혁신의 티핑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 검증을 위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등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디어의 가치를 이해시키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어떤 수단이라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받아 더 나은 개선책을 학습하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터로 파일을 저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롭박스(Dropbox)의 첫 시제품은 제품이 아닌 동영상이었습니다. 파일 저장 시스템은 복잡한 기술로 구성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란 불가능하였습니다. 그래서 창업자 드류 휴스턴은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묘사한 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공개하여 사업 추진을 위한 든든한 지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은 신속한 아이디어의 평가 및 실행 측면에서 벤처기업보다 불리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기업 내 구성원들은 각각의 업무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아이디어의 검증 및 개선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직차원뿐만 아니라, 직원들 개인차원의 노력이 함께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승우 책임연구원 | LG경제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석사, 서울대학교 MBA를 졸업하고 기업의 종합기술원에서 미래인터넷 및 이동통신 기술을 연구하였다. 현재는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경영 및 하이테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IT산업 및 경영전략 보고서를 다수 발간하고 있으며 각종 매체에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의 모든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