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움직이는 대단한 전지를 아세요? ‘떴다! 전지맨들 -1편’

전지왕 이상익! 16년 전부터 전기자동차를 만들다?

“야, 파우더 오븐에 잘 말려야 돼!! 타지 않게 조심해!!”
“네, 팀장님. 제가 오늘 밤새면서 볼 거예요.”

언뜻 들으면  ‘제빵왕 김탁구’ 의 대사처럼 보이는 이 대화는 대전 기술연구소 전지소재팀 사람들의 이야기다.

충전해서 쓰는 2차전지, 그 중에서도 리튬2차 전지, 다시 그 중에서 음극재에 올인했던 세월이 16년. 음극재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지의 원료다. 이 음극재가 파우더 타입으로 돼 있기때문에 마치 제빵실에서나 오갈 법한 대화가 오가는 것. 그 중심에서 16년간 한 우물을 파 온, 전지의 달인 이상익 팀장을 대전에서 만났다. 자신이 만든 전기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갖은 어려움을 견뎌 온 그…

2차전지란?
한 번 쓰고 버리는1차전지(일반 건전지)와 달리 외부전원을 이용해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 리튬이온전지, EDLC가 있다.

리튬이온전지란?
현재 2차전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지로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유기전해질을 넣어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게 하는 원리.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뿐아니라 풍력, 태양열, 전기자동차에도 쓰인다.

음극재란?
리튬이온전지를 구성하는 4가지 소재는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이다. 휴대폰, 노트북에 사용되는 소형 리튬2차전지용, 전기자동차용 중대형리튬2차전지용 음극재가 있다.

히든카드는 ‘몸으로 부딪치는 창의력’

2007년까지만 해도 이 음극재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는 것이 현실이었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음극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후배들과 고생한 것이 꼬박 3년 여… 주말도 없이 늦은 시간까지 기술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지쳐가는 팀원들을 보며 주저앉고 싶었던 적도 여러 번… 앞서 얘기했던 ‘오븐 사건’도 이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하루는 잘 만들어진 초기 제품을 말리기 위해 오븐에 넣고 이른 새벽, 기대에 부풀어 문을 열었는데!… 그만 다 타버리고 하나도 남지 않았던 것!

그는 이 밖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창의력 역시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수한 아이디어도 지구력을 가지고 ‘몸’으로 검증하지 않으면 탁상공론이 되고 만다는 것! 그렇게 몸으로 부딪치고, 데이터를 쌓아 3여 년 만에 완성된 음극재 기술. 그것은 당시 시장의 제품들의 성능보다 훨씬 우수한, 파격적인 기술이었다.

이제, 고객사에 파는 일만 남았다! 국내 굴지의 고객사에 샘플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들어갔다는 이상익 팀장.

하지만!

‘어메이징!’을 기대했던 고객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는데… 공장 설비가 일본제품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납품을 하려거든 일본제와 똑같이 만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이럴 거면 그 동안 뭐 하러 고생해서 기술을 개발했나?’ 자괴감에 고객사에서 회사까지 5km가 넘는 길을 터벅터벅 걸어왔다는 그… 팀원들 얼굴이 하나 하나 떠오르고, 가족들의 얼굴도 떠올라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회사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저 그 날 울면 후배들 보기 창피해서 어떡하죠?

그대로 기술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직접 공장을 지어 새 기술에 맞는 공정을 설계하는 것뿐이었다. 연구원들에게 꿈이 무어냐 물으면 누구나 ‘내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공장을 만드는 것’ 이라 한단다. 모두의’꿈’이라니, 그만큼 실현이 쉽지 않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또 다시 큰 산을 넘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연구소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 이상익 팀장은 바로 사업화팀에 도움을 청했다. 기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사업화팀을 설득했고, 다행히 연구원 출신의 최병철 과장이 기술의 우수성을 알아보고 공장설립을 적극 추진해 줬다고 한다.

그 후로 다시 1년 여… 드디어 5월, 공장 기공식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상익 팀장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그 날 저 울면, 후배들 보기 창피해서 어쩌죠? ^^’

드디어 5월에 기공식 이번엔 울면 안되는데

전지왕, 당신의 남은 꿈은 무엇입니까?

‘공장만 지어 놓으면 여한이 없겠다…’ 싶었는데 그 안에서 또 다른 꿈이 꿈틀거린다.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전지의 소재는 음극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양극재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재미있는 비유로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음- 양극재는 부부관계하고도 비슷한 것 같아요. 성격이 정말 안 맞는 것 같은데 어떨 때는 전기도 통하고, 둘이 조화를 못 이루면 부부싸움 하듯 폭발도 하고 ^^”

사실 양극재의 기술개발도 틈틈이 추진해 왔다고 한다. ‘공장건립 사고, 다시 한 번 쳐볼까요?’ 그때쯤엔 지금 열다섯 살인 그의 딸도 성인이 됐을 테니, 자신이 만든 음·양극재로 가는 예쁜 전기자동차를 딸애의 첫차로 선물하고 싶단다.

“오~~대단한데~~”할 딸애 특유의 말투가 벌써부터 귓가에 맴돈다는 그는 아름다운 아버지, 아름다운 연구원이었다.

한 차 가득 총 1억원 경품을 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