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꼰대는 한 마디 차이

[오피스라이프]

멘토와 꼰대는 한 마디 차이

얼마 전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회원 75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꼰대(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은어)’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설문 결과, 직장인 90%가 ‘사내에 꼰대가 있다’고 응답했는데요.

April officelife 03 4월호 기업소식, 매거진

멘토와 꼰대. 같은 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우월한 멘토와 초라한 꼰대는 말하기 기술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둘 간의 차이를 상황 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칠 때

누군가를 가르칠 때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이면 상대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 효과적입니다. 단, 대화 내용에 실질적인 해결법이 추억팔이에 불과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적 경험과 소감이 길어지면 지침서가 아닌 위인전이 되기 때문이죠. 어려웠던 시절 자신의 노력과 근성으로 극복했다는 진부한 이야기 말입니다. ‘나는 이랬는데 너는 왜 이런 노력을 안 해?’라는 의미로 먼저 다가올 수 있습니다. ‘내가 왕년에’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입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가르침은 후배에게 뼈와 살이 되지만 진부한 영웅식 가르침은 당신을 꼰대로 만듭니다.

잘못을 꾸짖을 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회의에 늦은 것뿐이었는데 석고대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상사가 부하직원을 꾸짖는 이유는 잘못된 행동을 인지시키고 개선하기 위함입니다. 효과적인 꾸짖음에는 올바른 행동 변화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꼰대식 꾸짖음이 잔소리로 변질하는 이유는 꾸짖음의 범위가 사생활까지 침범하고, 상대에 대한 비난이 되며,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꼰대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내가 무엇 때문에 혼나고 있지?’와 함께 반감만 상승할 뿐입니다.

의사 결정할 때

인터넷에 존재하는 ‘꼰대 자가 진단법’ 중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진리 명제를 자주 구사하는가?’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꼰대에게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의사결정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려 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주관에 근거해 만고의 진리인 양 만들어놓은 명제에는 설득력이 없어 ‘아무 말 대잔치’와 다를 것이 없게 됩니다. 물론 멘토의 결정 방법 또한 설득력이 뛰어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조직에서 대다수의 결정이 권위와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의상일지라도 부하직원의 의견을 물어봐 주는 것은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갈 기회가 되기도 하죠.

후배직원을 걱정할 때

꼰대들은 대체로 떠먹여 주는 걸 좋아합니다. ‘내가 이렇게 물어봤으니, 내 역할을 잘하고 있군’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상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갑툭튀’형 질문을 던지는 게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화자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라면 감정이나 기분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는 그가 부하직원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한 셈입니다.

일을 시킬 때

심부름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 우리는 “심부름 좀 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의 위치, 물건의 생김새, 거래 방법 등 미션을 완수할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설명합니다. 그렇게 아이는 심부름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부하직원을 트레이닝시키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적인 미션수행을 원한다면 일을 해내기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더욱 건강한 사내문화는 선배와 후배의 진솔한 유대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