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넘어 미래를 향하는 질문

[테마스토리텔링]

50년을 넘어 미래를 향하는 질문

질문이 미래를 바꾼다

석유를 땅 위로 끌어올린 사람은 에드윈 드레이크입니다. 하지만 석유를 산업으로 일궈낸 사람은 존 데이비슨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입니다. 1855년 10주짜리 단기 회계학교를 마친 16살의 록펠러는 선박 물류회사에 회계장부를 기록하는 조수로 취직합니다. 1859년 8월 27일 드레이크는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암반을 뚫고 21m 땅속에서 석유 시추에 성공합니다. 이렇게 석유가 암반 위로 솟아오른 1859년, 록펠러는 곡물을 수송하는 물류업무를 시작합니다.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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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으로 스물셋에 창업을 합니다. 록펠러는 미래대응을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석유사업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경쟁자들이 석유의 시추, 정제, 판매 3가지에만 집중할 때였습니다. 록펠러는 석유의 생산부터 소비현장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총체적인 사업의 기회로 설정했습니다. 석유를 담을 나무통부터 운송수단까지, 정제시설의 규모부터 정제찌꺼기 활용까지 단계마다 ‘질문’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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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는 사업을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철저히 분석하고, 의도하고, 디자인했습니다.

흥미로운 질문법은 또 있습니다. 미국에서 석유산업 때문에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분야는 무엇이었을까요? 고래 포경산업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인의 집집마다 어둠을 밝히는 램프기름은 고래기름이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록펠러는 램프기름처럼 소비자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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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는 사업의 근본적인 판도를 바뀔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질문했습니다.

미래를 향한 질문

창업 전, 록펠러의 물류회사가 있던 신시내티에는 양초와 비누를 생산하는 프록터 가족도 있었습니다. 1837년에 창업한 프록터앤갬블(P&G)의 최근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P&G는 2000년 커다란 위기를 맞았습니다. 주식가치가 6개월 만에 50%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경쟁브랜드에 치약 시장 선두자리를 뺏겼고 순이익은 계속 하락했습니다. 조직 내 관료주의와 무사안일은 늘어났습니다. 증권가에서는 160년 간의 성공에 오만해진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당시 CEO 더크 제이거는 취임 17개월 만에 사임했습니다. 누가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P&G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P&G의 선택은 입사 24년 차 레플리(A.G. Lafley)에게 CEO를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2001~2010년까지 P&G를 이끌었습니다. 퇴임할 때 매출은 2배 순이익은 4배로 늘었습니다. 기업가치는 110조로 상승했고 매출 1조 규모의 브랜드는 10개에서 25개로 많아졌습니다. 레플리는 ‘에디슨 혁신상’, ‘워런베니스 리더십 대상’, 제조업 명예의 전당’, ‘경영자 명예의 전당’에 선정되었습니다. P&G 역사상 가장 어려울 때 가장 눈부신 성과를 남기고 퇴임했습니다. 퇴임 직후 30년 지기 경영학자 로저 마틴과 함께 『승리의 경영전략』을 집필했습니다. 그러다 2013년 CEO로 다시 복귀했고 현재는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하마터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 했습니다. 레플리가 중간에 퇴임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레플리는 『승리의 경영전략』에서 자신이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5가지 질문법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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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우리의 성공 열망은 무엇인가? 기업의 비전과 목표에 대한 질문입니다.

② 어디에서 사업을 할 것인가? 제품, 서비스, 지역, 경쟁 구도에서의 어떻게 입지를 정할 것인지 묻습니다.

③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펼쳐나갈 방법을 요구합니다.

④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가? 비전과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역량에 대한 탐구입니다.

⑤ 어떤 경영시스템이 필요한가? 조직 내부에 어떻게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질문합니다.

5가지 질문은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경영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면 개인이든 회사 차원이든 던져 볼 만한 질문입니다.

프로페셔널의 질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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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레플리는 P&G 신사업 전략회의에 경영 석학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를 초대했습니다. 회사 측의 발표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드러커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인상적인 문서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매우 미흡합니다. 이 문서는 제품과 기술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여기에는 빠진 것이 있습니다. 다음 10년 혹은 15년 후 부딪힐 가장 큰 기회와 위험은 1) 인구구조 2) 소비자 세분화 3) 유통채널의 변화입니다.”

드러커는 말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되면 항상 새로운 고객이 필요해질 것입니다. P&G는 여전히 내부에서 외부를 보고 있는데, 외부의 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외부의 요구와 내부의 역량을 새롭게 연결해야 합니다.” 드러커와 토론 후 레플리는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나에게 월급을 주는 보스는 누구인가? 주주인가? 이사회인가? 회사인가?” 그후 레플리는 ‘다시, 고객이 보스인 회사를 만들자’는 단순한 슬로건을 내겁니다. 고객 관점에서 전체 사업을 새롭게 재편해나갑니다. 새로운 질문법으로 얻은 위기극복의 해법이었습니다.

레플리는 피터 드러커의 저서를 읽어왔고, 경영진에 오른 뒤에는 직접 드러커를 만나 여러 차례 조언을 구했습니다. 드러커는 스스로 더 탁월해지는 질문법을 강조했습니다. 드러커는 인생의 중요한 시점마다 스스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드러커가 30대 초반에 던진 질문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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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존재 이유, CEO의 근본적인 역할, 경영전략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눈으로는 너무 당연한 경영학의 주제들입니다. 하지만 1940년대에 경영학자들이 거의 연구하지 않았던 주제였습니다. 드러커는 그날 질문을 던지고 50년 동안 연구를 이어갑니다. 그가 일류 전문가로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드러커가 40대에 접어들 때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던 경제학자 슘페터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병문안 일주 후 슘페터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드러커는 슘페터의 죽음 이후 스스로 계속 질문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50년을 딛고 더 큰 미래로

100년 장수는 축복입니다. 개인도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100년 동안 건강을 유지하고 다른 이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입니다. 개인과 기업에도 전환기가 있습니다. 50대에 이르러 록펠러는 새로운 선택에 나섭니다. 기업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심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질문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기부를 시작합니다. 록펠러 재단은 100년을 훌쩍 넘기며 다양한 사회적 기부를 실천해왔습니다. 록펠러는 석유왕으로만 기억되지 않습니다.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기업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아흔여섯까지 강의하고 책을 썼습니다. 강의시간에 박사과정 학생이 질문했습니다. “교수님! 자기계발의 비법이 따로 있으신가요?” 드러커의 답변은 너무 단순해서 초등학생을 위한 답변 같습니다. “읽고, 듣고, 쓰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지식전문가에게 가장 필요한 기본역량입니다. 드러커가 한평생 일류 전문가로 살아온 노하우입니다. 100년의 내공도 기본기의 꾸준한 축적인가 봅니다.

GS칼텍스는 지금 창립 50주년을 넘어 더 큰 미래를 내다보는 시점입니다. 회사와 임직원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죠. 여기서 다시,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질문을 함께 던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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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규봉 대표 | GIS유나이티드 대표

공간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GIS 애널리스트이다. 펜실베니아대학교 GIS 석사, 하버드대학교 GIS 컨설턴트, 와튼경영대학원 GIS 연구소를 거쳐 연세대 디자인경영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DBR에 ‘지도와 경영’에 관해 기고하며 [미국 인터넷 산업의 지도], [지도 –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빅데이터 전략지도]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