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굴레를 벗어나 지평을 넓히다

[  테마 Essay ]

생각의 굴레를 벗어나 지평을 넓히다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사례들이 많습니다.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만 했다면 결코 이러한 가치들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텐데요. 미술, 방송, 도시, 식품과 같이 여러 분야에서 기존의 틀을 깬 사례를 통해 우리도 우리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 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미술계 혁명가

11월 테마에세이 1 마르셀 뒤샹 기업소식, 매거진

화장실 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미술계를 발칵 뒤집은 사건. 이는 변기의 실용적 기능을 제거하고 물건을 둘러싼 환경을 완전히 변경함으로써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낸 것인데요. 사실 뒤샹이 ‘샘’을 전시할 때만 해도 그는 미술계에서 전혀 환영 받지 못했습니다. 전시를 거부당하며 작품을 창고에 썩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습니다.

11월 테마에세이 2 마르셀 뒤샹 기업소식, 매거진

우리에게 익숙한 모나리자의 모습에 콧수염을 그려 넣은 ’L.H.O.O.Q’, 자신을 여성으로 변장시켜  ‘에로즈 셀라비’라고 칭하는 파격적인 작품 등을 발표하며 현대예술에서 피카소보다 더 중요한 예술가라고 평가 받고 있는 뒤샹은, 이런 작품들을 ‘레디메이드(Ready-made)와 성상 파괴적 다다이즘의 조화’라고 묘사하며 예술의 권위를 무너뜨리기에 이르렀습니다. 기존 틀에 맞추는 수동적인 자세를 거부하고 미술 작품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뒤엎은 것입니다.

뒤샹이 레디메이드, 즉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재해석하며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뒤샹은 예술이 우리 주위에서 가깝게 존재하고 있는 것들, 바로 그것들이 그 자체로의 삶이고 생명이라고 말합니다. 틀에 갇히길 거부하고 기존의 것을 파괴하며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이름을 남긴 그의 정신을 되새겨봅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 – 일방통행 방송의 틀을 깨다

11월 테마에세이 3 마르셀 뒤샹 기업소식, 매거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기존 TV 프로그램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1인 방송’ 콘셉트를 바탕으로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11월 테마에세이 4 마르셀 뒤샹 기업소식, 매거진

‘마리텔’은 일반적인 방송처럼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기 보다는 시청자들의 활발한 참여로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정해집니다. 시청자는 출연자가 준비한 1인 방송을 단순히 보는데 그치지 않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방송에서 무엇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든지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해 방송 방향을 이끌어 갑니다. 또한 시청자들의 반응과 시청률에 따라 출연자들의 순위가 정해지기도 합니다.

“이 프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다. 제작진이 아니다”라는 담당 PD의 말처럼 제작자 중심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송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마리텔’은 지금도 수많은 이슈거리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모디슈머(Modisumer) – 제조사의 표준 조리법은 그만! 내가 만드는 식문화

11월 테마에세이 8 마르셀 뒤샹 기업소식, 매거진

‘짜파구리’라는 음식을 드셔보셨나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이 음식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SNS,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큰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렇게 제품을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표준방법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내는 소비자들을 ‘모디슈머’라고 말합니다.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신조어로 식품업계에서는 이미 ‘모디슈머 마케팅’등의 활동으로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식품을 넘어 화장품,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도 이러한 ‘모디슈머’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11월 테마에세이 9 마르셀 뒤샹 기업소식, 매거진
11월 테마에세이 10 마르셀 뒤샹 기업소식, 매거진

최근의 식문화는 매운 불닭볶음면에 삼각김밥과 치즈를 얹어 비빈 ‘불닭 치즈 볶음밥’, 삼각김밥을 계란과 함께 부친 ‘삼각김밥전’ 등 소비자들이 직접 새로운 맛과 레시피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상품은 공급자가 만든다는 기본적인 개념을 벗어나, 소비자가 상품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 우리의 기본적인 소비패턴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난 발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무모한 것이라고 치부되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어떤 분야에서든 갇혀 있는 틀을 깰 수 있는 작은 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